"작가양성 교육"에서부터 벗어나야 한다.

"작가 양성의 교육"에서부터 벗어나야 한다".

오늘날 대학에서 아카데미즘의 문화와 권위는 도전을 받고 있다. 대학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다양한 형태로 변모해가고 있는 가운데 사회현실과 유리된 학문 지상주의에 대한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불행히도 그간의 현대도예(現代陶藝)는 스스로의 미적 자의식에 도취된 나머지 기능성과 순수성의 이분법적(二分法的)인 논리의 확산(擴散)에 편협(偏狹)된 사고로 순수미술의 확장성(擴張性)에 관심을 더 가지고 있었다.

이 같은 경향은 세계 미술의 조류와 함께 금속,목칠,도자,염직 등에서 유사한 형식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공예영역의 확대는 물론 조형미술에 있어서 매체의 다양화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면도 없지 않아 있다는데 공감한다.
하지만 모름지기 공예란? 공예적인 배움을 사회에 활용하고 기여하는 기회가 많아야만 공예가 튼튼해지는 것이다. 건전한 공예성(工藝性)의 지향으로 대중의 생활속에서 공예의 건강성을 찾고자 할 때, 진정 공예가(工藝家)의 위상도 높아지지 않겠는가?

취업을 전제로한 다양한 교육과정, 그리고 새로운 교과목의 발굴이 우선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도예의 사회적 입지도 넓어질 것이며, 한국 현대도예(現代陶藝)작가로서도 올바른 방향성을 가진 한국적 공예교육이 가능하다고 본다.

비근한 예로 3년의 대학교육으로 누구나 도예가(陶藝家)가 될 수 있다면 아마 예술가(藝術家)가 못될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이렇듯 모두가 획일적으로 순수?미술 작가를 지향한다면 한국공예의 근간이 되는 산업도자, 공방도자, 전승도자의 미래는 누가 담당할 것인가? 한국 공예의 다양한 발전에 전문인력이 없어 이미 심각한 위기가 초래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의 도자교육이 지금처럼 표류되어 한해 1만 명 이상이 전공자임에도 불구하고 졸업 후 다른 일을 찾아 뿔뿔이 흩어지는 실업자(失業者)를 양산하는 방치교육으로 계속되고 있다.
이것은 엄청난 국가 자원의 손실로 결국은 대학의 도예교육 무용론(無用論)이 대두(擡頭)되어 누구도 살아남지 못하는 자멸(自滅)을 초래할지도 모른다.

특히 공예교육의 "공예의 예술화"를 견지해온 대학중심의 "작가 양성의 교육"에서부터 벗어나야 하는 이유가 가장 먼저 여기에 있다.

그리고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교수중심의 "작가주의"가 재고되어야 한다. 여기서 [작가주의]란 일품적 예술작품이 고정된 스타일의 정형성에 기반해서 반복되는 현상을 말한다.
매년 비슷한 작품양상이나 작업으로 일관하는 양식적 스타일의 반복에서 도예가로서 예술적(藝術的)충실성을 찾는 장인정신이나 미학(美學)의 개념은 찾아보기 힘들다.

사회적 문화적 교육적 동의가 없는 미술공예? 작업으로 이름을 알리고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방편은 되겠지만 과연 이를 알아주는 한국공예가협회를 비롯한 실제적 미술도예(美術陶藝) 인구가 얼마나 되겠는가?
안정된 교직(敎職)을 낀 도자예술가는 있겠지만 오히려 도자공예(陶磁工藝)는 일반(一般)으로부터 소외되며 대중(大衆)으로부터 외면 당하게 되는 현실로 물이 없는 곳이란, 결국 물고기도 살수 없는 것이다.

저자 : 이재삼, [도벽@환경도예]의 "저자 후기"에서.